'중천'은 아시아의 수준급 스태프가 참여한 프로젝트다.
5개월 반 동안 136회차 촬영했고, 한국인 60명, 중국인 140명, 현지에서 섭외한 세트제작 인력까지 합치면 하루에 평균 250명이 '중천'을 위해 움직였다.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 무려 600명(명단에 빠진 사람까지 합하면 약 700명).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고 중국에서 올로케했다.
하지만 멀고 먼 타지에서 수백명의 인력이 통제하며 영화를 찍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슨 일들이 있었나? 최정화 프로듀서가 들려줬다.
● 김태희 캐스팅 소식에 "사랑해!"
2005년 여름. 크랭크인 하기 전에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과 함께 중국 헌팅을 갔다.
차가 못들어가서 걸어가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 카탈로그 속의 장소가 안 나타났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었더니 그곳에서 60년을 살았는데 그런 장소는 없다고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때 서울에서 전화가 왔다.
김태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었다.
"태희야, 사랑해! 안 들리지? 그래도 사랑해"라며 만세를 불렀다.
● 쌓인 감정 푸는 데는 술이 최고!
아무래도 일을 하다보면 부딪히기 마련. 의견대립이 심한 날은 주로 술 한잔 하면서 풀었는데 '남의 나라 와서 고생하는데 불쌍하잖나. 잘해주자'란 생각이 들게 잘 유도하곤 했다(영리하게도!). 일뿐만 아니라 문화차이나 언어장벽으로 인한 갈등도 발생했다.
한 예로 화장실. 칸막이가 허리 높이에 문이 없어서 어떤 방향으로 앉느냐에 따라 엉덩이 아니면 얼굴을 남에게 보여야 하는 구조였다.
● 낮에 자고 밤에 촬영 '올빼미' 생활
'중천'은 밤촬영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판타지 느낌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덕분에 아침 7시~8시에 자고 오후 1시에 일어나 촬영 준비한 뒤 해가 뜰 때까지 일했다.
특히나 어려웠던 점은 조명 문제. 이곽(정우성)이 소화(김태희)를 구하기 위해 홀로 천기관의 3만 원귀병을 뚫고 들어가는 천기관 장면의 경우 조명 세팅에만 10일이 걸렸다.
이때 양우상 조명감독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현장을 지휘했다.
행여 무전기가 고장나면? 그냥 누군가 달려야 했다.
● "안 찍을려면 집에 가" 한방에 제압
천기관 장면을 11일 동안 촬영했다.
보조 출연자들이 많은 때는 4백명이 동원됐다.
하루는 야식을 먹은 그들이 꼼짝도 안했다.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데모를 한대. 그 날 야식이 계란떡 같은 거였는데 전날보다 비싼 음식인데 양이 적었던 거다.
"배고파서 못하겠다""왜 돈을 안주냐"며 버텼다.
임금은 이미 지불했는데 에이전시에서 안준 모양이었다.
한시간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야식은 개선하겠다, 임금문제는 에이전시에 강력하게 항의하겠다, 찍을래 말래, 안찍을 거면 5분안에 철수해라, 다시는 안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단 한명의 이탈자도 안나타났다.
그렇게 해서 찍은 장면이 '정우성 vs 3만 대전투신(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3만!)'인 천기관 장면이다.
데일리노컷뉴스 신진아 기자 sin@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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