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 Special Feature
<중천>, 예술과 만나다
'중천 테마 전시 : art in the restless'
2006.11.17 / 허지웅 기자 film2.0
영화를 예술의 다른 한 갈래와 접목시킨 형태의 전시회가 딱히 새로운 뉴스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개봉 전의 영화로부터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고취 받아 미디어 아트나 설치미술 형식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전시한 경우는 지금껏 없었다. 얼마 전 새롭게 개장한 남산 'N-TOWER 파빌리온A'에서 <중천 테마 전시 : art in the restless>가 한창이다. 오는 12월 개봉할 판타지 대작 <중천>을 재해석한 이용백, 양만기 작가의 미디어 작품과 세계적 거장 에미 와다의 의상들, 그리고 샤기스 시로의 음악으로 꾸며진 전시회다. 죽은 영혼이 환생을 위해 49일 동안 머물러 간다는 가상의 공간 ‘중천’. 영화 본편의 감상에 앞서 인터렉티브 미디어 가상체험의 현장을 답사하며 <중천>의 또 다른 표정을 읽다.
에미 와다
에미 와다는 구로사와 아키라, 피터 그리너웨이, 장이모우 등과 함께 작업하면서 <란>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세계적 의상 디자이너다. <중천>에 참여해주길 바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그녀는 이미 은퇴를 결정한 후였다. 하지만 에미 와다는 <중천>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한국 스탭들과의 작업에 흔쾌히 응했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열망을 억누르지 못한 까닭이다. 전에 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작업에 도전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큰 즐거움이다. 그녀의 의상은 아시아 각국의 디자인과 색을 한데 섞고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중천>에서 역시 신라시대의 의복을 고증하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의상을 새롭게 창조해냈다. <중천>을 끝으로 은퇴할 생각이지만, 에미 와다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결국 은퇴를 다시 번복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과 창조에 대한 욕망, 그것이야말로 에미 와다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에미 와다’인 이유다.
양만기, 이용백
양만기의 인터렉티브 미디어 공간 ‘손금 Project2006, 운명’은 관람객의 운명을 규정짓는 손금을 컴퓨터 스캐너를 이용해 즉석에서 감식함으로써 사용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시각적으로 펼쳐내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상의 데이터베이스, 과거, 현재, 가상공간과 현실, 그리고 운명, 이 모든 것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개념적으로 닮아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미디어 작품이다.
이용백의 실험적인 미디어 공간에서는 ‘돌연변이 공간’과 ‘자기 정체성, 자기 이마고(imago)의 분열’을 마치 마술적 환각을 보는 듯한 입체영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비정상성과 다중적 공간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샤기스 시로
<중천>의 음악감독을 맡은 사기스 시로는 <나디아>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작업으로 유명한 일본의 멀티 아티스트다. 특히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O.S.T는 사상 최다 판매량(300만 장)을 기록해 사회적인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는 <중천>을 위해 한국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동시에 운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들을 다수 작곡했다.
사진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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