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인터뷰>판타지 무협영화 '중천'에서 퇴마사 이곽으로 변신하는 정우성
정우성은 CJ엔터테인먼트가 100억원이 넘게 들여만드는 새로운 블록버스터급 판타지 무협영화 '중천'(조동오 감독, 나비 픽처스 제작)을 찍느라 중국의 남쪽 항저우 하고도 3시간이나 내륙으로 들어가는 시골 읍내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부터 데이지 촬영을 포함해 8개월여 해외 객지를 떠돌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지금까지의 영화에서 온갖 하류인생의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잘생긴 배우이자 영화에 한우물 파고 있는 한류스타라는 이미지를 떠올려 봤을때 편하게 갈 수도 있는 왕자님 캐릭터는 눈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중천'에서는 퇴마사 이곽 역으로 악의 무리와 싸운다. 와이어로 무장하고 나름대로 물오른(?) 액션연기를 펼쳐보일 예정이다.이제는 힘들게 사는 캐릭터 말고 '프리티 우먼'의 리처드 기어같은 왕자님 캐릭터 한번 해보고 싶다고 진심어리게 얘기하는 것이 벌써부터 차기작에 대한 힌트를 주는 듯 했다.
27일 중국 항저우 인근 중국 최대 세트 촬영소라고 평가받는 헝디엔 촬영소에서 '중천'의 막바지를 향해 내달리는 정우성을 만났다.
무협영화에서 정우성이 제일 잘 어울린다는 평가 받기를
'중천'을 말하기 앞서 그는 이미 무협영화 '무사'를 2001년에 찍은 경험이 있다. 그것도 같은 제작사 스태프와 함께말이다. 지금은 '중천' 제작사인 나비픽처스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수 감독의 작품이었다. '중천'은 '무사'당시 김성수 감독의 조연출을 맡아 혹독한 연출수업을 받은 조동오 감독의 작품이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까지 세작품을 김성수 감독과 했으니 그 식구들과의 형 동생 같은 돈독한 인연이 이번 작품에 단단히 한몫했다.
'무사'가 정통 무협영화라고 한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영화에서 흔치않은 판타지와 무협에 멜러가 가미돼 있다. 충무로에서 나비픽처스의 사람들을 '마초 집단'이라 부를 만큼 강한 남성성의 특성을 띠고 있지만 이는 다시말해 끈끈한 의리와 근성으로 뭉쳐진 '쟁이'집단이라는 얘기일 듯하다.
"칼이나 창 등으로 무장된 무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속에 흐르는 독특한 정서가 있어요. 이번에 그걸 판타지적으로 표현해보자는 데 마음이 끌리더라구요." 정우성은 우리의 기존 판타지 영화는 이제까지 기술력과 비주얼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고 봤다. 하지만 '중천'에서 기술력과 비주얼은 내용을 보여주는 전달 수단으로만 존재할 뿐 캐릭터와 내용이 살아 있다는 지적을 한다. 러브스토리이지만 캐릭터들이 모두 전생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살기 때문에 '기억'은 이 영화의 또다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 30대 중반. 액션연기가 조금씩 부담이 될 것 같다. "20대 '비트'찍을 때는 허리디스크가 파열된 적도 있어요. '무사' 찍을때도 어지간한 부상이 많았죠. 그걸 겪으면서 이제는 액션연기가 덜 힘들어지더라구요. 요령이 많이 생겼나봐요. 이번에도 와이어 액션이 많은데 해보니까 와이어가 주는 매력이 크네요. 한번 펄쩍 뛰니 제가 하늘로 붕 날아오르는 묘미가 쏠쏠해요."
영화를 찍으며 캐릭터 완성해 갈때마다 얻는 것이 있다는 보람
지난해부터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새드무비' 그리고 '데이지' 그 다음 작품이 지금의 '중천'이다. 그간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찍고 있는 속도에서 가장 속도감이 빠르다.
"더 많이 찍고 싶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배우들 만큼 작품을 적게 찍는 배우들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20대때 청춘영화 더 찍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30대인 지금은 제게 맞는 다양한 영화들을 많이 해야 하는데... "
현재 상영중인 '데이지'에서의 킬러 박의는 정우성에게 캐릭터 완성을 통해 얻어가는 보람중에 무려 보통때의 다섯배 만족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작업한 감독이나 고생한 스태프 모두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흥행도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영화기도 하단다. 박의 라는 매력적인 킬러의 역할에서 오는 만족감,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단독 주연이 아닌 공동 작업을 통한 영화 매력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다는 점, 유위강 감독이 나중에 다시 작품해보자고 할만큼 서로에게 신뢰와 우정이 쌓일수 있었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
'중천'은 그런면에서 정우성 본인에게 무언가 새로운 보람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척박한 한국 판타지 장르에의 도전이나 TV 스타 김태희와 관록있는 대선배 허준호와의 공동 작업, 나름대로 대작개념의 지원까지 일굴수 있는 수확의 가능성이 많다.
날 진정 자유롭게 해주는 곳은 촬영 현장
조민환 나비픽처스 대표는 촬영현장에서 "우리들은 모두 쟁이들이기 때문에 이런 힘든 과정을 즐겁게 찍으면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우성과 허준호의 하이라이트 대결이 펼쳐지는 세트장에서 정우성과 허준호는 대역이 찍어도 되는 상황속에서도 리허설에 맹연습이다. 후반 CG 작업으로 몽환적인 검투씬이 더욱 화려하게 펼쳐질 촬영장면은 사실 아날로그적이다.
조 대표는 "헐리우드 같으면 배우들은 CG촬영과 대역이 있는 장면에서는 현장에 나와보지도 않는다. 나중에 자신의 표정만 따로 찍어 입히기 때문에 굳이 힘들여 나와있지ㅏ 않는다. 디지털 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일히 배우들이 나와 연기하고 그 장면에 덧대서 CG를 입힌다. 실제 현장감을 중시하는 배우들의 자세와도 맞닿아있는데 이런 아날로그적이지만 쟁이적인 모습을 서로 신뢰하고 힘들어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우성은 한류 스타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배우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남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류바람이 불때나 그것이 꺼질 때나 전 언제나 영화배우일 뿐이에요. 제 작품이 먼 어느 작은 이름 모를 곳에서 DVD로 틀어지고 좋아해준다고 하면 감사할 뿐 그런 것에 신경쓰거나 하지 않아요. 그저 영화를 찍고 만들고 하는 이런 작업 자체에서 만족감과 자유로움을 느끼죠."
이제 데뷔 12년차. 제법 연조가 길어졌다. 정우성은 투정부리듯 마무리 멘트를 날린다. "이제 저도 밝고 부드러운 캐릭터를 해야 겠어요. 매번 힘들게 사랑하고 험한 일하는 캐릭터만 하니까 저도 은근히 힘드네요. '프리티 우먼'아시죠? 그런 영화 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정말 영화속에서 신분상승좀 해봤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평소 얘기하던 감독으로서 그런 작품을 찍을 건지 아니면 연기를 할 것인지 좀더 두고 봐야 할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