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공식 팬클럽 [영화인]입니다

[스포츠서울] 얼마전까지 정우성(33)의 일정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에 가까웠다. 영화 ‘데이지’의 홍보를 위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한국에 다녀온 데 이어, 같은 영화를 알리기 위해 이성재 전지현 등과 함께 20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를 찾았다. 굳이 ‘한국에 다녀왔다’는 표현을 쓴 까닭은 정우성이 지난해 10월말부터 반년 가까이 중국 헝디엔 스튜디오에서 새 영화 ‘중천’(조동오 감독)의 촬영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 “한국과 일본으로 출장을 다니고 있다”는 그의 농담성 푸념처럼 스케줄만 놓고 보면 촬영과 홍보를 위해 일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할리우드 톱스타와 다름없다. 실제로도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정우성의 인기와 영향력은 과거의 홍콩 스타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이처럼 빡빡한 국내외 동선은 자칫 정우성을 ‘한류스타’란 견고한 울타리안에 가둬버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정우성의 표정에는 여유로움이 넘쳐 흘렀다. 방황하는 청춘의 아이콘에서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고된 여정이 그를 오히려 편안하게 만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끈끈한 인간관계가 출발점이었던 ‘중천’

판타지 액션 멜로를 표방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정우성이 맡은 캐릭터는 ‘이곽’. 사후 영혼이 저승으로 가기 전 49일동안 머물게 되는 가상의 공간 ‘중천’에 우연히 흘러들어가는 퇴마사다. 긴 머리에 칼을 휘두르는 극중 차림새가 5년전 ‘무사’의 과묵한 노비 무사 ‘여솔’과 일견 흡사하지만, “기억에 대한 고민으로 뭉쳐있는 복잡한 성격”이라는 게 정우성의 설명이다. 국내 관객들에게 다소 생소한, 그래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판타지 액션 멜로에 출연한 계기가 의외로 소박하다. 바로 사람때문이었다. 메가폰을 잡은 신예 조동오 감독은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유령’ 등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며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던 절친한 사이. 제작사인 나비픽쳐스의 조민환 대표와 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김성수 공동대표 역시 막역한 선배들이다. 특히 김 대표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에서 그를 자신의 페르소나로 삼아 오늘의 정우성을 만들다시피 한 인물. “거창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영화가 절대 아니에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에 출연할 때처럼 완성된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함께 하기로 결심했어요. ‘이 형들이 하는 영화라면 틀림없겠구나’라는 믿음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영화가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사람’인 것같습니다.”

◇누가 뭐래도 내겐 너무 소중한 ‘데이지’

최근 개봉됐던 ‘데이지’는 신통치 않은 국내 흥행성적과 평단의 낮은 점수에 상관없이 정우성에게 의미있는 추억으로 남았다. ‘데이지’의 출연을 놓고 오해에 시달렸던 탓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오해란 다름 아닌 소속사 싸이더스HQ의 자매 회사인 아이필름이 만드는 영화에는 정우성이 무조건 출연한다는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다. “‘새드무비’와 ‘데이지’는 완성된 시나리오를 미리 읽고 출연을 확정한 경우였어요. 제게는 매우 드문 일이죠. 일부에서는 정훈탁 싸이더스HQ 대표가 제작하는 영화에는 저를 포함한 싸이더스 소속 연기자들이 시나리오도 검토하지 않고 무조건 출연하는 줄 알고 있는데, 그건 정말 아니에요. ‘데이지’는 정말 잘됐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시사를 마치고 중국에 돌아왔을 때 잠을 이루지 못했을만큼요. (전)지현이의 ‘엽기적인 그녀’로 굳어진 고정적인 이미지와 부담감을 내 힘으로 깨주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는데…. 하나를 얻으려다 두 세개를 덩달아 손에 쥔 작품이 바로 ‘데이지’입니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일만 하고 싶다

정우성은 서슴없이 “촬영장 만큼 놀기 편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그 정도로 촬영장은 정우성에게 보금자리처럼 편안한 장소다. 촬영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무사’ 때에 비교하면 ‘중천’의 촬영은 엄청나게 쉬운 편이다. 다만 밤 촬영이 많아 조금 힘들 뿐, 액션 장면의 촬영이 롱테이크가 아닌 커트로 잘라 진행되므로 그리 어렵지 않다. 또 숙소에 따뜻한 물도 잘 나오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웃음)”라고 반문하는 그의 얼굴에서 고단한 기색이란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도 계속 정말 쉬지 않고 일만 하고 싶어요. 요즘 많은 영화계 동료 배우들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데, 저는 아직까지 드라마 출연 계획도 없고요. 주위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감독 데뷔 여부인데요. 조만간 도전할 생각입니다.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느끼는 스릴과 즐거움을 감독의 처지에서 배워보고 싶은 욕구가 있죠. 30대 중반이 되면서 결혼보다는 일에 대한 욕심이 커졌습니다. 지금은 많은 작품에 쉼없이 출연하며 오로지 일만 하고 싶어요.”

헝디엔(중국) | 조성준기자 w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