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배우 정우성을 말할 때 과연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하지만 2년만에 멜로영화 '데이지'(감독 유위강·제작 아이필름)을 들고 우리 관객을 찾아올 그를 위해 몇가지 매력을 짚어본다. 우수에 젖은 눈,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 나이를 먹을수록 더해가는 기품과 카리스마. 헌신과 배려의 덕목이 더해진 멜로영화 속 정우성은 연인의 판타지 그 자체다.
'데이지'를 두고서 사랑에 빠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관객만도 여럿이겠으나 사실 사랑 영화 속 정우성은 마음놓고 행복해본 적이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작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선 벼락처럼 찾아온 알츠하이머로 사랑의 기억을 잃은 아내를 그저 바라봐야했다. '데이지'에서는 킬러 박의로 분한 정우성은 그의 사랑을 느끼면서도 그의 존재를 모르는 여인을 그저 바라만 본다.
"무엇보다 박의라는 사람의 사랑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귀신같은 솜씨로 사람을 죽이는 전문 킬러, 하지만 마음 한쪽이 한없이 순수하고 여려서 바라보는 동안 죽을 것만 같았던 남자, 그리고 되돌려받지 않아도 좋았던 그의 짝사랑. 그러나 간절히, 더 좋은 모습으로 사랑하길 원했던 남자가 다가왔어요. 시나리오를 딱 읽고 '이 영화 만들자, 내가 하고싶어' 그랬어요."
짝사랑따위 절대 하지 않을 것같은 그의 짝사랑, 그 사랑을 처음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서 어찌할 줄을 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정우성의 모습은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정우성은 풋 가벼운 웃음과 함께 "누구나 사랑을 할 때는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약간의 수줍음과 용기없음이랄까. 표현은 그렇게 어수선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면서.
사랑에 대한 문답은 영화 바깥 정우성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거푸 사랑의 이야기를 그려왔기 때문일까. 정우성은 "지난 몇년간 가장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가 사랑이었다"고 고백했다. 일과 삶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기다. "올해는 일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결혼을 하려 했다면 더 빨리 했었어야지, 지금은 일이 우선이다"는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간 사랑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했다고 이야기를 맺었다. 정우성은 20년 후쯤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있을 자신을 꿈꾼다. 인구도 부족한데 셋은 있어야된단다. 감독을 꿈꾸는 그는 그때쯤이면 자신의 프로덕션도 하나쯤 갖고, 배우로서는 계속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 배우도 관객도 나이가 많아지겠죠. 로버트 드니로, 알파치노처럼 되어서 '이런 게 인생이야'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겠죠, 하하."
욕심쟁이 같으니,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우성이 그때도 사랑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줬으면 좋겠다. 중년의 멜로도 아름답게 그려줬으면 좋겠다. 정우성이라면 그럴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사랑이야기로 차고 넘쳐도 세상에는 언제나 사랑이 부족하다. <사진=구혜정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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