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32)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이어 또 다른 최루성 멜로영화를 선보인다. 네 가지 색깔의 이별 이야기를 그린 ‘새드무비’(Good bye)이다. 그는 임수정 등과 호흡을 맞췄다. 차태현·손태영, 염정아·여진구, 이기우·신민아 등이 함께 했다.
“청춘 멜로를 좋아해요. ‘비트’(1997) 이후 계속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선호하는 멜로는 적당히 자기 고집을 갖고 살면서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내 머리…’ ‘새드무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내년 초에 개봉되는 ‘데이지’도 첩보액션이 가미된 멜로영화다.
‘새드무비’의 경우 ‘데이지’를 한창 준비하고 있던 중에 받았다. 자신의 캐릭터와 러브스토리, 다른 인물들과의 그것을 정교하게 엮은 시나리오, 모두 흡족했다. 단 ‘데이지’가 걸렸다. ‘데이지’만 착실히 준비하자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다가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차태현에게 고시 준비 3년차인 백수 역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분량이 적은 만큼 마음만 먹으면 시간은 낼 수 있겠더군요. ‘무사’(2001) 이후 출연작 수를 늘리려고 했는데 그 욕심도 채울 수 있고요.”
그가 맡은 인물은 소방관 진우. 그는 촬영에 앞서 소방관을 인터뷰하고 소방 훈련도 받았다. 결혼하고 싶고, 여자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혼을 차일피일 미루는 남자의 애환을 생생하게 체험, 이를 연기에 실어냈다.
“고역이었어요. 위험천만인,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소방관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기더군요. 진우가 소극적인 인물이 아니라 매우 신중한, 수정을 끔찍이 사랑한다는 걸 자연스레 느꼈고요.”
드라마 부문은 봄에 먼저 찍고, 화재 진압 등 소방관 장면은 네덜란드에서 ‘데이지’를 마치고 돌아와 한여름에 촬영했다. 촬영 회차는 15회에 지나지 않지만 장편 1편을 찍는 것과 다름없이 준비했고, 연기 또한 그런 자세로 임했다.
“출연료는 평소의 3분의 1도 안 돼요. 스타 개런티가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더불어 새로운 케이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또하나의 재미는 시사회 때 자신의 영화를 객관적으로 감상한 것. 자신들과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가 수시로 교차되는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비교하고 평가하는 재미를 즐긴 것이다.
“이별을 통해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영화예요. 영화에서처럼 일과 사랑,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온다면 모두 다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아무튼 저는 진우처럼 마지막에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
다음 출연작은 ‘중천’. 죽은 영혼이 49일간 머무르는 공간인 중천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자객이 홀로 악의 무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무협판타지멜로다. 이달 말부터 중국에서 촬영, 김태희·허준호·소이현 등이 함께 한다.
정우성은 이 영화를 마친 뒤에는 장편 감독으로 데뷔할 계획이다. 그간 준비해온 자신이 좋아하는 멜로와 액션의 접목을 꾀한 작품을 갖고 늦어도 내년 가을에는 촬영에 들어가는 꿈에 부풀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