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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잊지 말아요' 정우성 김하늘의 이십세기 멜로

 :  1179

 :  2015-12-30 11:40:32

 :  관리자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결혼할 수 있을까? 그 사랑은 행복할까?

'나를 잊지 말아요'는 숱한 남녀를 시험에 들게 한 이 질문을 툭 던진다. 남자는 일단 키는 180㎝를 넘고, 직업은 변호사인데, 만난 지 3일 만에 갑자기 쳐들어와 같이 살자는 여자를 어서 들어오라며 목욕까지 시켜주는데, 정우성이다. 여자는 예쁘고 늘씬하고 스튜어디스인데, 아침을 챙겨주고, 김하늘이다.

그러니깐 '나를 잊지 말아요'는 판타지다. 질문으로 포장한 판타지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로 10년의 기억을 잃은 남자가, 정신병원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남자는 처음 본, 처음 봤는데 자기를 보고 우는 이 여자가, 이상하게 끌린다. 이 여자가 하라고 하면 무서워서 못 탔던 차의 운전대까지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만난 날, 여자의 집 앞까지 바래다주다가 눈을 떠보니 여자를 품에 안고 있다. 기억이 안나냐는 여자의 말에 다 기억이 난다고 한다.

남자는 혼란스럽다. 다시 돌아간 변호사 사무실. 처음 본 여자가 변호를 제대로 할 수 있냐고 따진다. 남편이 사라지고 살해 혐의를 받는 여자다. 남자는 그 여자에게 증거가 없으면 사실이 아니다, 지나간 건 의미 없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했었던 것 같다. 기억은 없지만.

자신의 집이라는 기억도 없지만 다시 돌아간 집에, 어젯밤을 같이 보낸 여자가 비에 젖어 찾아온다. 오늘부터 같이 살면 좋겠지, 아침도 차려줄테니 좋겠지,라며 막무가내인 여자. 남자는 여자의 몸을 닦아주며 그러자라고 한다. 기억이 사라진 남자와 어딘지 불안한 여자, 둘의 동거가 시작된다. 

여자는 불안하다. 어딘지 이상하다. 갑자기 폭포처럼 눈물을 쏟고, 그럴 때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약을 털어 넣는다. 남자 앞에선 딴판이다. 왠지 비밀이 가득하다. 여자는 남자가 과거를 찾아가는 게, 찾으려 하는 게 불안하다. 그저 지금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났으면 한다. 

여자는 억지를 부린다. 만난 지 3일 만에 같이 살자고 하고, 들킬 거짓말을 하고, 지쳐서 들어온 남자에게 먼저 짐을 다 싸놓은 채 캠핑을 떠나자 하며, 지금 당신이 알아야 할 건 자신의 생일과 발 사이즈 등등이라며 폭포처럼 쏘아붙인다.

그런 자신을 다 받아주는 남자에게, 여자는 지금 당신은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억을 잊은 남자와 불안한 여자의 사랑은 그렇게 위기를 맞는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가져온 영화다. 기억상실증은 언제나 과거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과거를 찾아가거나, 과거에서 도망가거나, 과거 때문에 시달리거나, 과거를 지우고 달려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거가 쌓인 게 현재이기에, 과거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되돌아가도 다시 시작일 뿐이다. 조금 다른 시작일 수 있을 뿐이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과거를 잊었거나 잊고 싶은 남녀가 현재를 살아가려 하지만 결국 과거의 비밀과 마주 보게 되는 이야기다. 남자는 완벽하다. 여자의 짐을 정리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우연히 봐도 그저 덮는다. 손톱깎이가 없다고 사러 간다는 여자를 보며, 집에서 손톱깎이를 찾았지만, 필요 없을 것 같아 안 샀다는 여자에게, 그래 그럼 사지 말자고 한다. 꼭 팔베개를 해준다. 

남자가 완벽한 건, 과거를 잊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불안하다. 여자가 남자를 제외한, 주위의 모든 사람이 만류하는데도, 불안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로 달려가려 한다. 여자가 불안한 건,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정 감독은 과거를 미스터리로, 현재를 사랑으로, 그 둘을 날줄과 씨줄로 교차해 사랑에 대해 물으려 했던 것 같다. 나를 잊지 말라는 건, 사랑을 잊지 말라는 것이며, 추억이 추억인 건 아픈 기억은 잊기 때문이니, 아픔까지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질문은 따뜻하다. 그렇지만 이 질문의 방식은 낡았다. 멜로라는 줄은 아름답지만, 미스터리라는 줄은 진부하다. 때문에 둘의 교차는 코가 가끔 빠져 보인다.

과거에 두고 온 비밀에 너무 많은 걸 기댄 탓이다. 남겨진 실마리들과, 또 다른 질문이었을 남편 살해 혐의를 받는 여인, 기억에만 있는 또 다른 여인 등등은 지나칠 정도로 과거의 비밀만이 정답인 양 흩뿌렸다.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지 않은 채 단숨에 전체 그림을 던져 놓는다. 

남녀 캐릭터도 퍼즐이 잘 맞춰지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모든 병명을 털어놓고, 지나칠 정도로 배려 깊은 남자. 이 남자의 캐릭터는 과거를 찾아가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진다. 반면 감정 조절을 제대로 못했던 여자는, 퍼즐이 맞춰지지 않은 채, 어느 순간 모든 걸 품어 버리며 완성된다. 과거에 모든 걸 기댄 탓이다.

정우성과 김하늘은 아름답다. 정우성의 공허한 눈, 김하늘의 불안한 눈, 두 사람은 눈으로 사랑을 그린다. 그렇지만 기억상실증 장르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곧 마지막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뻔한 전개에, 머리로는 사랑으로 받아들이지만 가슴까진 전해지지 않는다. 이십세기 멜로를 보는 것 같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단편으로 시작해 장편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놈놈놈' 스크립터로 정우성과 인연을 맺은 이윤정 감독이, 펀딩을 위해 먼저 단편을 만들었다. 정우성은 단편 때부터 묵묵히 이 영화를 지원해 제작까지 참여했다.
 
오랜만에 멜로로 돌아온 정우성의 우직함을 보고 싶다면, 결혼 전 김하늘의 마지막 멜로를 보고 싶다면, '나를 잊지 말아요'는 눈으로는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억을 지워가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10년 만에 다시 개봉해 사랑을 받으니, 새롭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2016년 1월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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