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연기 인생 20년을 맞은 배우 정우성.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 흐르며 '정우성'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멋진 남성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1990년대 중ㆍ후반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비트'의 주인공 이민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이민은 "나에게는 꿈이 없었다"며 쓰러져갔지만 정우성은 20년이 지난 후에도 대중 곁에 있다. 그에게는 이민과 달리 "영화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여전히 '비트'를 추억하는 팬들에게 영화 '감시자들'(감독 조의석,김병서ㆍ제작 영화사집)은 좋은 선물이 될 법하다. 정우성이 연기하는 제임스는 '비트'의 이민의 딱 20년 후쯤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 세월의 무게와 베테랑 배우의 관록을 녹인 정우성이 빚어낸 제임스는 참으로 매력적인 악역이다. 그가 데뷔 후 첫 악역을 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다.
=기대 이상이다. 언론 시사회가 끝나고 입소문이 좋아 높은 기대감이 장애가 될까 걱정했는데 VIP 시사회 반응도 좋더라. 굉장히 기쁘다. (웃으며)개봉을 앞두고 마음을 살짝 놓을 수 있게 됐다.
▲왜 악인이 되었는지 설명조차 없는 인물임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부러 특별한 사연을 만들지 말자고 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하윤주(한효주)와 감시반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괜히 제임스의 이야기를 끌어오면 이야기가 분산될 수 있다. 그래도 시사 후에 제임스에 대한 궁금증이 유발되는 건 나름 제임스 역을 잘 소화했기 때문 아니겠는가.(웃음)
▲하윤주가 주인공이면 제임스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의미인가.
='감시자들'은 하윤주의 성장담을 담고 있다. 제임스는 조연이다. 주연을 고집하고 싶지 않다. '모텔 선인장'이나 '새드무비'에서도 한 파트만 담당했다. 역할의 비중보다 캐릭터의 성격이 더 중요하다.
▲악역 임에도 멋지다. '정우성은 멋져야 한다'는 강박은 없는가.
=그건 예전 이야기다.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는 현실성 있게 보이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멋있고 말고를 떠나 항상 '나다운 역할'을 맡으려 한다. 물론 대중의 기대도 있기 때문에 멋진 남자로 남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친구 이정재의 활약이 대단하다. 자극이 되진 않던가.
=정말 기쁘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사실 이정재뿐만 아니라 그 동안 개봉된 모든 영화와 배우들이 내게 자극이 됐다. 시사회를 가면 무대인사를 하는 동료들을 보며 내가 그 자리에 서고 싶었다. 아직도 영화는 내게 꿈이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영화로 인사하고 싶다. 그 시간이 항상 간절했다.
▲그런 바람과 달리 정우성의 행보는 항상 신중하고 느린 것 같다.
=인생을 성급하게 살지 않는 편이다. 조급하다고 아무 거나 잡지 않는다. 확신이 있을 때 붙잡고 한 발 더 멀리 뛰려고 한다.
▲감독 데뷔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나.
=어릴 적에는 겁없이 "감독이 되겠다"고 뱉었는데 요즘은 더 신중해져서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 배우로서 공백을 채우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언제 하나'보다 '잘 하나'가 더 중요하다.
▲대중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재미있다'는 한 마디를 듣고 거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재미있다고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거다. 그 안에서 나에 대한 평가는 자연스럽게 나올 거다. 어떤 평가가 나와도 다 수용해야 하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숙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