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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신이 만들어낸 타협 없는 치열한 연기 <마담 뺑덕>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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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15 10:42:54

 :  관리자   
완성된 <마담 뺑덕>을 본 느낌은 어떤가요?
아직은 <마담 뺑덕>이 이렇다 저렇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표현에 중점을 두고 최선을 다했어요. 감독님도 이런 저런 고민 끝에 고통의 편집을 마쳤고요. 지금으로서는 완성된 <마담 뺑덕>이 촬영본으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확신을 갖고 관객들의 호응은 운명에 맡겨야 되는 시점이겠죠.

완성된 영화가 시나리오와 많이 다른 편인가요?
아니요. 시나리오가 전달하려했던 분위기나 본질적인 정서는 영화에서도 잘 전달된 것 같아요. 하지만 청이 부분은 시나리오보다 많이 편집됐어요. 신인 여배우가 연기한 청이 장면이 너무 많으면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적절한 편집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감독님이 판단을 내렸던 것 같아요.

학규 캐릭터는 처음 의도한 만큼 만족스럽게 표현됐나요?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학규가 가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운 찌질함이었어요. 감독님에게 학규의 찌질해 보이는 행동들은 조금 걷어내고 욕망으로 질주하는 수컷 본능의 디테일을 추가하자고 제안했어요. 감독님도 학규를 어떻게 표현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 의견에 동의해서 의기투합하게 됐어요. 물론 학규가 각 상황에서 내리는 본질적인 선택은 시나리오대로 유지했어요. 하지만 욕망으로 질주하는 수컷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타협이나 절제가 필요 없었어요. 학규의 본능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학규라는 파격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큰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학규는 이제까지 연기해 보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라는 점에서 도전이었어요. 하지만 <마담 뺑덕>에는 학규라는 캐릭터 이외에도 부수적인 도전들이 많았어요. 임필성 감독은 대중적이지만은 않은 감독이고(웃음), 고전을 뒤튼 이야기에요. 그리고 신인 여배우를 캐스팅했으니 <마담 뺑덕>은 전체적인 도전이었어요. 거기다 학규 역시 이제껏 연기해 보지 않은 캐릭터니 <마담 뺑덕>은 되돌릴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의 도전인거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담 뺑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겁이 없는 거죠. 학규를 연기하면서 느끼는 특별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임필성 감독님과 통하는 것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일단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확신을 가지고 팀워크를 형성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내가 확신을 가진 것들에 기대어 작품을 선택해왔어요.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인 <신의 한 수>에 출연했던 이유도 <뚝방전설>에서 조범구 감독님이 가진 뒷골목의 치열함을 대변하는 정서를 봤기 때문이에요.

임필성 감독은 어떤 면에서 본인과 통한다고 느꼈나요?
굉장히 여유 있더라고요. 보통 작품을 쉬고 있는 감독들은 어딘가 강박에 쫓기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임필성 감독님은 여유로워 보였어요. 영화 지식도 많고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경험도 무시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임필성 감독님은 몰트위스키도 좋아하고 소주도 좋아하고 와인도 좋아하는 것 같은 감독이에요. 감독님 안에 다양한 느낌이 내재되어 있는 거죠. 그리고 감독님이 자신의 다양한 느낌들을 한 장르에서 표현할 때, 보다 다양한 느낌들이 변주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이 궁금해요.
하루하루가 다 재밌었어요. 유부남 대학교수인 학규가 지방에서 만난 여자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한 뒤 자기 신분을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양하고 새로웠어요. 예를 들어 아내가 자살한 것을 목격했을 때 학규가 느끼는 감정은 내가 작업한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어요. 그 신을 촬영할 때 문을 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놀랐는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했어요. 감독님도 정우성이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걸 처음 보니까 짜릿한 거죠. 새로움에 대한 채굴이었던 것 같아요.

<마담 뺑덕>을 마치고 캐릭터에서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마담 뺑덕> 촬영이 끝나고 바로 <나를 잊지 말아요>로 튀었죠(웃음). 그런데 지금도 <마담 뺑덕>을 계속 보거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 학규의 잔상들이 깊게 느껴지기는 해요.

<마담 뺑덕>의 전반부는 흥미롭지만 결말은 다소 급작스럽다고 느껴졌어요.
적당한 러닝타임을 위해 후반부의 청이 부분이 많이 편집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편집된 장면을 모두 넣었으면 오히려 호흡이 늘어져서 덕이와 학규가 영화 초반부터 쌓아왔던 감정이 지금처럼 전달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후반부의 학규와 딸 청이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했나요?
학규가 청이를 팔았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안했는지는 영화에서 살짝 덮어두고 가요. 학규는 절대적 에고의 캐릭터에요. 눈이 안 보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얼마나 무기력하겠어요. 죽고 싶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학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자기를 합리화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딸이 끔찍한 상황에 처했지만 학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잖아요. 덕이에게 청이 소식은 알아봤냐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던지는 것이 학규가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걱정인거죠. 학규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상황을 직시할 용기가 없는 거예요.

지은과의 베드 신에서 학규의 가벼운 대사가 남녀의 치정을 다룬 <마담 뺑덕>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학규의 대사가 가벼워서 오히려 더 좋았어요. 지은과의 베드 신에서는 단순한 섹스가 아닌 타락하는 학규의 몸짓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베드 신을 더 진짜처럼 치열하게 찍었어요. 얼핏 보기에는 그 장면에서 학규가 하는 말이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은 학규 캐릭터를 이해시키는 중요한 이야기에요. 학규는 지은에게 더 이상 다가오면 안 된다고 경고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들의 관계를 규정짓는 행위인거죠. 자기 허영이 가볍게 말로 흘러나온 것이기도 하고요.

후반부에서 덕이와 학규의 변한 관계에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학규는 덕이와의 관계에 있어서 본질적인 죄책감을 느끼는 원조자에요. 덕이가 학규에게 하는 복수는 학규를 괴롭혀서 없애 버리려는 것이 아니에요. 학규를 처절하게 무너뜨린 후 자신 옆에 두고 소유하려는 거죠. 덕이는 학규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눈도 보이지 않는 학규에게 자신이 안과 의사와 섹스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해요. 너는 나를 뭘로 생각 했니, 내가 이런 행위를 하면 너도 아프지, 라며 자기 몸에 생채기를 내잖아요. 덕이는 자기를 희생하는 복수를 학규에게 하는 거예요.

정우성이 기존의 이미지를 스스로 복제하고 소모해간다는 걱정도 있어요.
기존의 이미지를 복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항상 재미를 느끼고,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찾아 나갔어요. 사람들이 규정짓는 특정한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도 했고요. 이미지 변신이 목표는 아니었지만 특정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게 싫으니까 <똥개>같은 작품에도 출연한 거예요. <내 머리속의 지우개>도 20대 여자가 어떻게 기억을 잃느냐며 주변에서는 출연을 말렸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전했어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주인공은 송강호가 맡았고 이병헌이 맡은 나쁜 놈은 굉장히 멋있는 캐릭터라고 충무로에 소문이 자자했어요. 송강호와 이병헌은 이미 김지운 감독과 함께한 경험도 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좋은 놈으로 출연해서 뭘 하겠냐며 다들 출연을 말렸어요. 하지만 보여줄 게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했던 거예요. 사람들은 내가 기존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안정적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똥개> <내 머리속의 지우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도 끊임없이 스펙트럼을 넓혀 왔지만, 이전까지는 그런 시도들이 지금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똥개>에 출연했을 당시에는 관객들이 <비트>의 아이콘 정우성의 모습을 더 기대해서 그런 내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관객들이나 영화인들에게 꾸준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인식이 쌓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나 관점들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예전과 똑같은 시도를 해도 지금은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요. 소통의 시간이 그 만큼 더 길었으니까요. 또 어렸을 때는 연기력에 한계가 있어서 의도했던 것만큼 캐릭터들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캐릭터는 다르지만 그 속에서 비슷한 모습의 정우성이 계속 보이니까 어떤 분들은 정우성이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하려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연기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들다보니 연기적인 기교도 생기고 표현법도 다양해져서 캐릭터를 제법 그럴듯하게 호소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우성의 뉘앙스를 깰 수는 없겠죠. 이미지의 폭을 조금 더 넓히고 다양한 표현법으로 유연하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방법이겠죠.

최근 들어 유독 많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어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호우시절>을 마치고 감독 입봉 준비를 해왔어요. 그러던 때 글로벌 프로젝트 <검우강호> 출연 제안이 들어와서 본의 아니게 한동안 한국영화와 조금 멀어졌어요. 그때의 공백이 아주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활동에 갈증이 엄청나게 심했어요. 한국영화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고 좋은 영화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었거든요. 내가 그 시기, 그 흐름 속에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밌는 요소가 있으면 어떤 작품이든 일단 도전해 보기로 한 거죠. 그래서 <감시자들>을 시작으로 <신의 한 수> <마담 뺑덕> 등 다수의 영화에 도전한 거예요.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에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밌어요. 숏을 구성한다는 것은 영화의 세상을 규정짓는 것이잖아요. 캐릭터들의 심리도 조절할 수가 있고요. 숏의 커트에 따라서 관객에게 전달되는 잔 감정이 매우 달라져요. 어릴 적부터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연출 작업에도 재미를 느꼈어요. 상상했던 이야기를 글로 써보기도 했고요. 작업하는 작품이나 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글로 써서 감독님에게 보여주면 감독님들도 좋아해서 참고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내 안의 이미지들을 컷 바이 컷으로 나눌 수 있는 연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뮤직비디오나 브랜드 필름 연출도 한 거예요. 연출과 연기를 통해 영화라는 같은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고민의 관점과 높이가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둘 다 계속 도전하는 거죠.

앞으로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싶나요?
출연하고 싶은 작품을 따로 염두에 두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항상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에서 나에게 자극을 준 작품들을 선택해 왔어요. 요즘은 안 해 본 장르를 해 보고 싶기는 해요. 전쟁영화도 안했고, 형사물도 안했어요. 맬로는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아직 안 해봤는데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욕심이 많네요(웃음).
대식가에요(웃음). 아침, 점심, 저녁을 늘 다른 메뉴로 먹고 싶어요.

감독으로서 연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요?
꼭 만들고 싶었던 이야기를 기획해서 시나리오 준비 중이었어요. 그런데 영화의 배경을 한국에 규정짓지 않고 과감하게 상상했던 시나리오라 그 영화를 반드시 지금 연출해야 되는지 의문이에요(웃음). 일단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놓고 고민해 볼 문제 인 것 같아요.

출연했던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배우로서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어떤 분들은 팬들과 가장 많은 공통분모를 가진 <비트>를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매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은 또 다르거든요. 글쎄요, 내 최고의 작품은 나무토막 시절의 나를 영화배우로 만들어 준 <구미호>겠죠(웃음). <구미호>가 나무토막을 사람으로 만들어 준 거죠(웃음).

20년 전의 정우성과 지금의 정우성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본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에는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들이 막연하고 정립이 잘 안 됐어요. 지난 20년은 그런 것들을 정리하고 의식화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2014년 10월 1일 수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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