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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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and..

 :  2300

 :  2014-10-29 02:38:34

 :  구희선   
잘 지내시죠?
지난 <마담뺑덕>라이브톡 행사 때 3번째 줄에 앉게 되어
오빠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았던 기억이 나요.
그 눈동자가 반갑더라고요, 왠지..
여하튼 그날 참 좋았어요. 영화도 좋았고요. 낭만적이고 미술적으로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질의응답 시간에도 감독님에게 그러한 부분에 대해 여쭤보고 싶었는데
손 드신 분들이 참 많아서..ㅎㅎ

저도 제 안부를 전하자면, 잘 지내고 있어요.
아직 다음 일을 시작하지 않아 여유 시간이 좀 많고.. 언제나 그랬듯
주로 광화문과 홍대, 서촌 등을 다니곤 해요.
얼마 전에는 '나를 찾아줘'와 '보이후드'를 봤어요.
근래 본 영화 중 각각 가장 도회적인 톤을 가진 영화, 가장 깊이 스며드는 영화였어요.
특히 '보이후드'.. 주인공 메이슨이 집을 떠나기 직전 거실에서 엄마와 나누는 대화와 이어지던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도로, 그 위로 흐르던 'hero'.. 완벽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 저는 당장 영화관 문을 박차고 달려나가
아마도 15분 거리에 있을 엄마의 목을 끌어안고 '어찌됐든 난 엄마를 사랑해' 라고 말하고픈
충동에 목이 메였어요.
평론가 이동진씨의 한 줄 평에 100% 공감해요. '그때 그 아이는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메이슨과 그 주변인들의 12년 간의 일상 속에서 순간 순간
지난 날 어딘가에 있었을 제 자신을 발견하곤 했어요.
이 영화의 경이로움은 그 점에 있는 듯했어요.^ (얼굴의 반 정도는 웃으며 나올 수 있는 느낌..ㅎㅎ)
 
어젯밤 신해철님의 소식을 접하곤 예기치 않은 작별에 너무나 당황스럽고 허망하여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던...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떠오르네요.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를 들었어요.
첫 dj는 별밤지기였던 이적씨, 두번째 dj는 음악도시 유희열씨..
신해철님은 종종 새벽까지 책상에 앉아있곤 할 때 가끔씩 찾아가는
조그맣고 안락하고 신비로운 안식처의 '마왕'이라 불리던 가깝고도 먼 그런 dj였어요.
어린 날의 어느 잊혀진 시간 속에 문득문득 그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어제는 형언할 수 없는 묘하고도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밤을 보냈죠.
퀸시 존스의 'setembro'를 듣고 있어요.
그 시절 즈음 -2000년대 초반- 라디오에서 많이 흐르던 곡..
분명 그 분도 이 곡을 많이 들려줬을 듯해요. 그렇다면 들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겠죠.
슬퍼요. 좀 더 오래 깊이 간직하지 못한 그 기억들이 아쉬워요.
그리고 미안해졌어요. 그와 그의 음악을 더 많이 찾아보고 찾아듣지 못해서요.
한동안 이 감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아요. 

이만 줄일게요. 사실 오늘은 얘기가 하고 싶어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잘 자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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