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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배우의 새로운 시작, 정우성 연기를 느껴가다

 :  1864

 :  2013-08-01 14:42:05

 :  관리자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했으니, 정우성이 연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2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흔들리는 눈빛이 어울리는 배우다. 불안하고 어설프다는 뜻이 아니다. 세상을 대하거나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아직도 한없이 섬세하고 또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40대가 되면서 이제 뭔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는 그는 멋진 외모뿐 아니라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40대 배우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정우성(41)은 ‘꽃미남 스타’ 중 남자 팬들의 가장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배우다. 보통의 꽃미남들은 여자에게는 사랑받지만 남자에게는 시기 어린 시선을 받게 마련인데, 정우성은 되레 남자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낸다.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에겐 특히 그렇다.

1997년 개봉한 영화 ‘비트’에서 그는 양팔을 벌려 오토바이의 속도감을 느끼고 몸을 던져 싸우던 ‘민’이란 역할로 남자들의 우상이 됐다. 1998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는 다 늘어난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조차 정우성이 입으면 패션 아이템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잘생겼음에도 외모만을 내세워 연기하지 않았고, 쉬운 길일 수 있는 재벌 2세 실장님을 연기하는 대신 오히려 영화 ‘똥개’ 같은 작품을 필모그래피에 올리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왔다.

최근작 ‘감시자들’도 이 같은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가 데뷔 20년 만에 처음 맡은 악역인 제임스는 경찰 감시반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범죄를 구상한다. 조직원들의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냉혈한이다. 만년필이나 청 테이프 같은 일상적인 소품들로 극악무도한 악행을 저지르는 점이 관객들에게는 한층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원래 ‘감시자들’의 감독들(조의석, 김병서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은 처음에 정우성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모니터링을 부탁했지만, 이야기에 반한 그는 “내가 출연하겠다”라고 직접 나섰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역에 왜 몸을 던졌냐고 질문하자 그는 “오죽하면 ‘정선택(정우성+선택)’으로 불리겠냐”라고 눙쳤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잘생긴 척, 잘난 척하지 않고 부족한 점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그가 뿜어내는 강력한 매력인 듯싶었다. 그는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인터뷰를 이끌었다.

주인의식으로 임하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 연기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요? 악한 인물보다는 존재감에 더 끌렸어요. 비중을 따졌을 때 많이 나오지 않지만 존재감을 발휘하는 부분이 좋았죠. 어차피 영화는 경찰 감시반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어요. 또 전형적인 악인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점도 끌렸어요. 다만 하찮게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했죠. 제작진에게도 ‘정우성이 한다고 특별하게 만들어주지 말라’라고 부탁했어요. 마지막 등장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줄 필요 없이 하찮게 가자고 했죠. 극악무도한 범죄자니까(웃음).

하찮게 보여도 괜찮다는 건 미남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 보이는데요?(웃음)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범죄자니까 더 안 좋은 꼴을 보여줘도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이번에 신인 감독과 작업을 했는데 그동안 김지운, 곽경택, 허진호 같은 유명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던 터라 좀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감독에 대한 선입견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어요. 내가 할 만한 시나리오인지 살펴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도전하는데, 결국은 캐릭터잖아요. 캐릭터를 보고 출연을 결정하는 거죠. 영화는 팀워크로 만드는 작업이에요. 조(의석) 감독이라는 새로운 연출자와 작품을 하면서는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촬영감독으로 활동했던) 김(병서) 감독과는 이전에 호흡을 맞춰봐서 신뢰가 있었어요.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연출할까 궁금해서 ‘좀 싸워봐라’하는 심정으로(웃음) 시작했는데, 학교 선후배 사이인데다 서로 배려가 깊어서 실제론 싸우는 것을 못 봤죠. 조의석 감독에게 성만 붙여 호칭하면 조연출인 ‘조감독’과 헷갈리잖아요. 그래서 평소엔 ‘의석 감독’ 하고 부르다가 좀 놀리고 싶을 땐 ‘조감독’이라고 부르곤 했어요. 촬영장에서는 허물없이 지냈죠.

그런 유머도 구사하세요? 저 말장난 되게 좋아해요(웃음).
영화 속에서 2PM의 준호씨와 맞대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준호씨를 괴롭히는 역할이라 2PM 팬들에게 미움 사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던데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죠. 그걸로 저를 미워할 팬들이라면 문화를 즐길 자격이 부족한 거죠. 오히려 준호씨를 멋지게 보내줘서 고맙다고 하지 않을까요(웃음). 준호씨는 촬영 기간과 공연이 겹쳐서 촬영장과 해외 공연장을 바쁘게 오갔어요. 지친 몸으로 촬영하러 와서는 몇 시간씩 기다리다 날씨 때문에 못 찍고 간 적도 있죠. 국제적으로 바쁜 가수인데 영화에 대한 힘든 기억만 가지게 될까봐 걱정됐어요. 그런데 아주 바른 자세로 늘 “선배님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니 예뻐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편인가요? 저 그런 거 잘해요. 촬영장에선 주인의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현장이 내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죠. 주인의식이 생기면 자기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편의 연기나 상황도 살펴보게 돼요.

언제부터 주인의식을 가지게 됐나요? 처음부터 그랬어요. 영화 현장에 처음 딱 왔는데 ‘이 집이 내 집이네’ 싶었어요(웃음). 정말 행복해서 그것이 내 것이었으면 했고, 또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죠. 그러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나 관심도 생겼고요. ‘저 사람도 나만큼 행복할까, 나와 같은 마음이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관심이죠.

첫 마음으로, 두려움 없이, 평생 영화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첫 촬영 현장 생각나세요? 네. 다들 저를 굉장히 무서워했어요. 데뷔작인 ‘구미호’에서 독고영재 선배님이 저승사자 역을 하셨는데 저와 승강이를 벌이는 신이 있었어요. 혈기만 왕성한 신인이 나무토막같이 딱딱한 몸으로 덤비니까 얼마나 당황스러우셨겠어요. 그런데 열심히 연습한답시고, 코앞만 살짝 스치면 되는데, 진짜 선배님의 코를 쳐버렸죠(웃음).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얼굴을 막 만지려고 하니까 더 놀라서 뒤로 물러나셨어요.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서울극장인가, 피카디리인가, 가파른 계단이 있는 극장에서 구르는 신을 찍을 때였는데 (김성수) 감독님의 “여기서 구를 수 있겠냐?”라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아, 이렇게요?”라면서 뒤로 막 굴러떨어졌죠. 우당탕탕탕…. 그래도 감독님이 “잘한다”라고 칭찬해주셔서 몸이 아픈지도 몰랐어요. 사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늘 촬영 현장에 가면 설레요.

어떻게 그렇게 초심을 유지할 수 있나요? 문화 예술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마찬가지겠지만 음악가는 음악으로, 화가는 미술로, 배우는 연기로 자아를 실현하잖아요. 자아 욕구가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목적은 다 같죠. 현장에 나와야 자아를 실현할 수 있으니 촬영이 즐거울 수밖에 없어요. 20년 동안 연기에 매진해왔는데도, 뒤돌아보면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던 건지 후회가 돼요. 이제 조금이나마 알게 됐으니 앞으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더 달리고 싶어요.

이제 조금 알았다는 의미는 뭔가요? 연기가 뭔지 좀 느끼게 됐죠. 20대 때는 내가 눈 감고 있는지도 모르고 다 보인다고 덤빈 거 같고, 30대 때는 아는 척만 한 거 같아요. 40대가 되니까 뭔가 조금씩 깨닫게 됐죠. 이제 갓 40대에 접어든, ‘아기 40대’인데도 이렇게 깨닫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많은 걸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청춘이 지나갔다는 자각보다는 이제 좀 혈기왕성한 남자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간을 역행할 수 없으니 잘 타협하고 받아들이려고 해요. 지금까진 나이를 타의적으로 먹었지만, 앞으론 스스로 잘 먹고 싶어요.

그런 생각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평생 영화를 할 거라서 한 편 한 편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흥행도 중요하지만, 흥행 결과와 상관없이 내 일생을 채워줄 값진 작품이니까요. 두려움이 없으니까 도전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혹시 공부에 도전하실 계획은 없나요? 학창 시절이 짧다 보니 책보다는 현장에서 습득한 저만의 이론이 생겼어요. 감독의 입장이 되어보면 현장에서 공부하고 구현해내는 게 분명히 생기거든요. 책으로 이론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새로운 스토리를 구상하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그리는 시간이 제겐 더 필요해요.

다음 작품은 영화 ‘신의 한 수’로 결정이 됐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영화 ‘감시자들’ 개봉 후에는 본격적으로 액션 연습을 하고 있어요. ‘신의 한 수’는 바둑을 소재로 하지만 주야장천 액션이 나오는 영화거든요. 액션을 하면서 바둑도 좀 배워야죠. 제가 바둑은 전혀 못 둬요. 물론 ‘신의 한 수’는 바둑을 모르는 저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긴 하지만, 제 역할이 바둑의 고수로 나오는 만큼 바둑알을 능숙하게 잡는 법은 연습해야겠죠.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등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는데, 앞으로 또 다른 연출 계획은 없나요? 영화를 오랫동안 못했으니 배우로서 출연을 먼저 하고, 연출작은 천천히 준비하려고요. 사실 액션 멜로 장르로 시나리오를 써놓은 게 하나 있어요. 액션이 주가 되면서 주인공들의 사랑도 등장하죠. 제가 액션도 잘하고 멜로도 괜찮은 편이니까 액션 멜로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하게 되잖아요. 둘 다 할 수 있게 해주면서 고민을 해결해주는 ‘짬짜면’인 셈이죠. 멜로도, 액션도 볼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솔직하게 대답을 이어가던 정우성은 연애에 관해서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인 듯했다. 배우 이지아와의 일로 마음고생 했을 그는 이후 MBC-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성숙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당시 그는 “(이)지아씨는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다. 대화도 잘 통했다”라면서 “친구처럼 다시 만나는 게 어렵다면, 적어도 밥 한번은 먹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현실에서는 언제쯤 사랑을 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정우성은 “사랑이란 게 상대가 나타나야지,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현재로선 연기 욕구가 더 커서 일에 대한 계획만 많다”라고 털어놨다. 다소 가라앉는 것 같던 인터뷰 분위기는 자학에 가까운 솔직한 그의 다음 말 덕분에 다시 활력을 찾았다. 그는 “(주변에 여자가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오히려 다가오는 사람도 없다”라면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도 있지 않냐”라고 되물으며 밝게 웃었다.

[출처: 레이디 경향 기획이연우 기자I 글박은경 기자(경향신문 대중문화부)I 사진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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