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째 까도 모두 벗겨지지 않은 양파같은 남자다. 국보급 비주얼의 멋진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하더니, 어느 샌가 외모 자랑을 거침없이 늘어놓고 몸개그를 서슴지 않는 동네 오빠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알면 알 수록 궁금해지는 배우 정우성이다.
그는 5년 만에 선택한 스크린 복귀작 영화 '감시자들'에 사활을 걸었다. 50여 매체의 인터뷰를 소화하고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무대인사를 병행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흥행에 목이 마르다"는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지고 있는 듯 했다.
-흥행에 목이 마르다더니 작정한 것 같다.
"'런닝맨'에서 보여준 것은 실제 내 성격이다. 물론 '감시자들' 홍보를 위해 나갔지만 그것만 생각했다면 그렇게 몰입할 수 없다. 대본이 없기 때문에 내가 연출을 한다면 티가 난다. 출연하기 전에 민폐는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되 내 성격 그대로 즐겁게 하자고 생각했다. 방송이 나가고 신조어를 들었다. '존귀' '존잘'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 뭔가 했다. 호감으로 말씀해 주시니 감사했다. 내가 원래 재미있는 사람이다. 한 번 친구는 내 곁을 영원히 못떠난다. 중독성이 있다.(웃음)"
-공백기가 왜이렇게 길어졌나?
"연출을 하게 되며 사실상 한국 영화계에서 시나리오를 주기 애매한 배우가 되어 있었다. '놈놈놈'을 마치고 감독 준비 작업을 하게 됐고 글로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시나리오를 다 받아볼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감독 데뷔가 무산됐고 중국에서 작품을 했지만 한국에서 공백기가 길어진다는게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때부터 많은 시나리오를 봤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캐릭터를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 드라마를 하게됐다. '빠담빠담'이라는 작품을 하게 되면서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했고 나 나름의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중 '감시자들'을 만나게 됐다."
-시사회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흥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나?
"시사회 당일을 기분이 매우 좋았다. 영화를 쭉 해왔지만 기자분들이 그렇게 칭찬해 주는 영화는 처음이어서 들 뜬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일반 관객들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분들이 많이 봐주시는 것도 좋지만 극장 문을 열고 나가실 때 괜찮은 영화라고 이야기하면서 가셨으면 좋겠다."
-감독의 시점에서 보는 '감시자들'은 어떤가?
"입봉도 못한 놈이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내심 이런 저런 생각은 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배우로 이 영화에 참여한거지 감독의 예술인 영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평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분량이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내가 캐스팅되고 감독님이 제임스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넣으면 어떨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그러지 말자고 했다. 제임스의 원래 역할이 시나리오를 통해 완성돼 있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무언가 다른 스토리를 넣는다면 이야기 구조 자체가 오염이 된다. 그렇게 따지면 황반장(설경구) 역도 늘려줘야 하지 않나? 모두가 그런 것을 요구했다면 지금처럼 신선하고 깔끔한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다. 중견배우 아닌가?
"지난 몇 년 동안 이런저런 계획들에 차질을 빚으며 혼자 마음 속으로 방황했다. 그런 시간을 통해서 나를 뒤돌아 보기도 했다. 지나온 20년은 어떻게 보면 앞으로 20년 이상을 연기해갈 배우 정우성을 만드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데뷔 20년을 맞는 해에 '신의 한 수' '나를 잊지 말아요'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할 듯하다. 지난 20년은 내가 하고 싶은 연기 입고 싶은 옷만 입으려고 한 것 같다. 이제는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정우성 스러운게 뭔지도 생각하고 연기의 깊이와 색을 진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