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의 이 한 마디에 주위는 웃음바다가 됐다. 취재진은 "정우성이 저렇게 위트 넘쳤나"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호프집. SBS 월화극 '아테나: 전쟁의 여신' 주연인 정우성 수애 차승원 이지아 김민종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테나' 제작자인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함께한 이 자리엔 웬만하면 모시기 어려운 '별 다섯 명'이 나란히 떴다. 배우들은 '아테나' 3회를 기자들과 함께 '본방사수'하면서 비평의 시간을 가졌다. 제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자리.
이날 배우들은 '생방송'에 가까운 혹독한 촬영일정에도 밝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우성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 방송 시작과 함께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방송 초반 행사장 TV의 사운드가 나오지 않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벙어리 고화질 TV'에 인내심이 바닥을 치던 찰나, 정우성이 수애에게 "수애씨, 내가 일어나서 대사 쳐줄까"라고 말했다. 화면 속 정우성이 수애에게 꽃을 건네고 있었고, 이를 보고 있던 정우성이 '라이브 더빙'을 제안한 것. '농담이려니' 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우성은 TV를 보며 자신의 대사를 읊었다. "저 본원으로 복귀합니다. 이 꽃말은 뭔지 알아요?"라는 그의 '라이브 더빙'에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평소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또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이미지가 강했던 정우성은 이날 그 어떤 배우보다 재치 넘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작 '아이리스'의 이병헌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그는 "진달래꽃과 민들레꽃을 비교하면 안 되듯, 이병헌과 정우성은 색깔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을 앞두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먼저 꺼내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줬다. 1995년 SBS '아스팔트 사나이' 이후 15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그는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쉽게 채널을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시선을 잡아두기 어렵다"며 "방영을 앞두고 이제 곧 리모컨으로 평가받는구나 싶어 스트레스가 컸다"고 털어놨다.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건 정우성의 '고백 3종 세트' 중 키스신에 관한 이야기. 사실적이었던 수애와의 키스신은 결코 황홀한 경험이 아니었다고. "NG 없이 신을 수월하게 마쳤다"는 정우성은 "요즘엔 '사탕키스', '거품키스' 등 특별한 키스신이 많다. 그래서 나도 어떤 키스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키스신을 생각하면 좋기보다는 오히려 머리에 쥐가 난다"는 대사로 또 한 번 폭소탄을 터뜨렸다.
